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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정] 동화-파랑새

처음부터 파랑새는 아니었어 당신도 저런 새를 갖고 싶다면 좋은 방법을 알려주지

위험을 무릅쓰고 추억의 나라나 밤의 나라 따위를 헤맬 필요는 없어 우선 새를 잡아와

흔해빠진 참새라도 새를 잡을 정도로 민첩하지 않다고 그렇다면 새를 사오라고 그리고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새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때리란 말이야 시퍼렇게 멍들 때까지

얼룩지지 않도록 골고루 때리는게 중요해 잘못 건드려서 숨지더라도 신경 쓰지 마

하늘은 넓고 새는 널려 있으니 오히려 몇마리 죽이고 나면 더 완벽한 파랑새를 얻을 수 있지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말하라고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왔다고 모두들 기뻐하겠지

물론 밤마다 새를 때리다 보면 둔해빠진 가족이라도 비밀을 눈치채겠지 걱정 마

그 정도는 눈감아줄 거야 그리고 비밀 없는 행복은 하늘 아래 존재하지 않는 거야

뼛속 깊이 퍼렇게 골병든 행복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행복 처음부터 파랑새는 아니었어

 

 

 

 

 

 

- 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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