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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떠도는 환유3

가슴 속에 꽃잎이 지고 있다, 

꽃잎이 지고 있다, 

지는 꽃잎은 지려므나, 

누가 그 안에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슴 속으로 불나방이 뛰어들고 있다, 

불나방이 뛰어들고 있다, 

불이 그리운 불나방아 

내 가슴 속에 아직도 무슨 촛불이 타고 있다고 

그러느냐, 그러느냐 

 

가슴 속에 지붕이 흔들리고 있다, 

지붕이 흔들리고 있다, 누

가 그 천장 위에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아직도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게도 많은 나를 데리고 

선인장이 양쪽으로 빽빽하게 심겨진 

가시통로의 좁은 길을 

우왕좌왕 쩔리면서 걸어간다는 것이었다, 

다만 피를 보고싶지는 않다는 

심정뿐이었다, 뿐이었다. 

 

피를 보고싶지는 않아서 

와글와글, 바글바글, 드르렁 드르렁 

엉엉, 흑흑…… 

이런 시끄러운 나를 데리고 

<짜집기 전문> 이런 간판이 붙은 

옷 수선소 앞을 지나가면 

꼭 나를 닮은 엉성한 얼굴의 여자 하나가 

들들들 들들들…… 

손재봉틀을 열심히 돌리며 

얼굴을 숙이고 부지런히, 이런 어수선한 

넝마 누더기를 꿰어맞추는 모습도 보인다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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