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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삶의 거처

강이 어디에 있냐고 그가 물었다
길을 묻는가 해서 내가 되물었다
이리 쭉 가면 다리가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다
비닐 가방에 때 절은 작업복
거친 손에 머리는 반백인 사내

늦가을 찬바람 안고 돌아서는 그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모든 걸 잃은 사람에겐
사람의 체온이 종교다

저들의 탐욕과 음모와 속임수로
숱한 찬거리 내몰렸지만
우린 또 기억한다 그 숨막히던 날들
모두가 졸부가 되던 뻔뻔스럽던 날들
모두가 모두를 소비하고 내다 버리던 날들

그 사람 앞에 앉아 나도 밥 한 그릇 받는다
어쩐지 목숨 비치는 국밥 한 그릇 받는다
강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던가
목숨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던가






-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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