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고통으로 벅차온다
내가 그리워한 밥과 흙 사이에
자유의 의미를 지닌 모든 게 시들해진다
밥벌이가 힘겹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하고
의욕을 잃고 어떤 외로움도 나를 깨우지 못하며
계단은 비상구로도 흐르지 않는다
집과 애인, 태양을 비축하지 못한 나는
모든 걸 놓친 것은 아닌가 왠지 억울하고
잘못 살았다는 기분이 들면 당신은 어찌 이기는가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지 않고
나이로 강박의 그늘을 넓히지 않고
완벽한 생을 요구하지 않고 다만 묵묵히
두더지처럼 깊이로 사는 당신 얘길 듣고 싶다
당신 손에서 목수의 손을 본다
나무와 톱 망치와 못을 다스리는 손
사려깊은 손, 뭐든 일으켜세우는 손, 그 진지함을
살기 위해 매일 죽는 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건전지와 장미 한 다발 사들며 뇌까린다
< 아, 기분을 바꿔야 해 >
제니스 조플린 노래따라 어깨춤을 추며 나는 기다린다
당신의 과묵한 열기와
저 노래의 마력이 내게 전염되기를
맹목적인 생의 열정이 무섭게 타오르길
다시, 다시, 그리고 매번 다시,
- 신현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0) | 2013.07.14 |
---|---|
[구상] 새해 (0) | 2013.07.14 |
[박노해] 손 무덤 (0) | 2013.07.09 |
[박노해] 꼬막 (0) | 2013.07.08 |
[심보선] 삼십대 (0) | 2013.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