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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아서

신현림의 <꿈꾸는 누드>를 처음 읽은 게 아마도 대학교 1학년.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무드를 살려놓고
서로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회오리바람처렁 엉키고
그게 엉켜봤자라는 걸 알고 싶고
섹스보다도 섹스 후의
...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비둘기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삼십삼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
- <꿈꾸는 누드>

 

 

 

 

 

지금 내 나이 서른셋.

그는 연봉이 1억5천도 아니고, 

있는집 자식도 교수댁 자식도 아닌,

숫자만으로는 내세울 것 없는 남자.

부모 눈에는 안찰지 모르겠으나,

나를 "평화로운 양"으로 만들어준,

 아주 착하게 생긴 눈을 가진 사람.

여름 밤 공원 벤치에 앉아 시를 읽어줄줄 아는 멋쟁이.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자긍심 가지고 노력하는 성실한 남자.

턱수염이 멋진!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아서

그의 사진과 <꿈꾸는 누드>의 구절을 띄웠다.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 삼십삼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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