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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웅] 쓰봉 속 십만원

"벗어놓은 쓰봉 속주머니에 십만원이 있다"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무슨 큰 비밀이라도 일러주듯이

엄마는 누나에게 말햇다

속곳 깊숙이 감춰놓은 빳빳한 엄마 재산 십만원

만원은 손주들 오면 주고 싶었고

만원은 누나 반찬값 없을 때 내놓고 싶었고

나머지는 약값 모자랄 때 쓰려 했던

엄마 전 재산 십만원

 

그것마저 다 쓰지 못하고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온몸을 찡그리며

통증에 몸을 떨었다 한 달 보름

꽉 깨문 엄마의 이빨이 하나씩 부러져나갔다

우리는 손쓸 수도 없는 엄마의 고통과 불행이 아프고 슬퍼

밤늦도록 병원 근처에서

엄마의 십만원보다 더 많이 술만 마셨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고참이 된 누나가 지쳐가던

성탄절 저녁

엄마는 비로소 이 세상의 고통을 놓으셨다

평생 이 땅에서 붙잡고 있던 고생을 놓으셨다

 

고통도 오래되면 솜처럼 가벼워진다고

사면의 어둠 뚫고 저기 엄마가 날아간다

쓰봉 속 십만원 물고

겨울하늘 훨훨 새가 날아간다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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