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무쇠 기계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김 오르는 따뜻한 살집 같은 다정한 언니의 매촘한 발목 같은 뜨거운 그리운 육두문자 같은
배를 만져주던 할머니 흰 그림자 같은 따스한 눈물의 모음 같은 너에게 연결되고 싶은 쫄깃한 꿈결 같은
졸음에 겨운 하얀 양 눈 속에 부드럽게 흰 느린 길 같은 노크하자 기다랗게 뽑아져나오는 잃어버린 시간 같은
가래떡이 나오네
차갑고 딱딱한 무쇠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 긴 칼이나 총알이 아니라 이렇게 말랑고소한 덕이라는 게 별안간
고마워서 두 손에 덥석 받아들고 아, 아, 목청 가다듬네 말랑하고 따뜻한 명랑한 웅변처럼
별안간 프로포즈를 하네
저기요...... 떡방앗간에서 우리 만날까요
차가운 기계에서 막 빠져나온 뜨끈한 가래떡 한 줄 들고 빼빼로 먹기 하듯
양 끝에서 먹어들어가기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쯤 만나도 좋은 때까지 말랑하고 명랑하게 한 번 달려볼까요
- 김선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인] 오래된 삽 (0) | 2015.03.04 |
---|---|
[황인숙] 독자적인 삶 (0) | 2015.03.04 |
[천양희] 생각이 달라졌다 (0) | 2015.03.04 |
[정은미] 돋보기 (0) | 2015.03.04 |
[허수경] 베를린에서 전태일을 보았다 (0) | 201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