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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목련, 혼은 미미한 은퇴

당신이 같이 걸어주어서 

내 길이 얼마나 험했는지 

나는 끝까지 모른다. 

 

당신의 이마에서 눈과 목으로 

가슴으로, 배로, 그 밑으로 

상처 깊은 다리를 쓸어내려도 

깊이 슬프지 않은 곳 어디 있으랴, 

젖어서 시리지 않은 곳 어디 있으랴. 

 

지도를 펼쳐보면 

기억 나니? 오래전 

그 큰 나무 그늘에서 나를 부르던 

고향의 연보라색 눈동자,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혹시 쉬고 있는 목성과 토성 사이. 

 

 

오늘도 당신에게 가지 않았다. 

아무리 울어도 표나지 않는 

비오는 날에 보는 목련꽃 벗은 몸.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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