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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스친다는 것

새로 사 온 시집을 넘기다가 

종잇날에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스친 것도 상처가 되어 

물기가 스밀 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가끔은 

저 종잇날 같이 얇은 生에도

 마음 베이는 날 

그 하루, 온통 붉은 빗물이 흐른다 

 

종잇날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상처다 

나와의 만남도 상처며 

나와의 헤어짐도 상처다 

 

무딘 날에 손 베인 적 있던가 

무덤덤함에 마음 다친 적 있던가 

 

얇은 것은 상처를 품는다 

스친다는 것은 상처를 심는 거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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