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청춘이란 7월 중순, 평일 오후의 테니스장 같은 이미지다. 뜨겁고 뜨겁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라 코트는 거의 비어 있다. 땅에서는 햇살의 열기가 고스란히 다시 올라온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라켓으로 공을 때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한가롭게 들려온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문득 조금 전까지 여름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절정을 지나 여름이 내게서 막 떠나가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약간의 아쉬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붙잡고 싶은 욕망은 들지 않는 그런 순간. 내게 청춘이란 그런 것이었다.
- 여름도 한복판에 이르러, 뜨거운 햇살 때문에 블라인드를 친 베란다에 앉아 있는 일마저도 버거워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정말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번역을 끝마쳤다.
- 자고 일어났더니 햇살도 많이 기울고 피로도 풀렸기 때문에 우리는 빠른 속도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여름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날 낮에, 우리가 낮잠을 잘 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내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것 역시, 아마도.
- 7번 국도를 다녀온 뒤에도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여름은 지나갔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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