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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